가전제품의 수리를 요청했다 제조사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뿔이 난 소비자의 목소리다.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TV, 냉장고 등의 수리를 요청하면 무조건 환불만을 권유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AS를 진행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수리 불가를 판정을 받은 김치냉장고를 사설AS업체가 떡하니 고치는가 하면 반복적인 TV의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한 업체 AS직원이 ‘아파트 철근’때문이라는 황당한 설명으로 소비자를 당황시키는 등 기막힌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제품을 폐기시키고 새 제품을 팔려는 얄팍하고 속보이는 상술로 소비자들을 농락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탄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커뮤니케이션 상의 오해’, ‘사설업체에서 진행된 서비스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등의 옹색한 변명 뿐이다.
◆ 제조사 수리불가 판정받은 김치냉장고, 사설업체서 ‘뚝딱’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사는 정 모(여.35세)씨는 올해 초 본사 직영 AS센터를 통해 김치냉장고를 수리 받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털어놨다.
고장 난 냉장고는 그가 3년 전에 구입했던 100만 원 대의 위니아만도 딤채. 정 씨에 따르면 본사에서 나온 AS기사는 냉장고를 살펴보다가 배관만 싹둑 잘라놓고는 돌아가 버렸다고.당시 수리가 많이 드니 차라리 새 제품을 구입하라고 권유했다.
오랫동안 사용해온 고가의 김치냉장고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정 씨는 감가상각 후 환불이란 본사 측 제안을 거절하고 사설 AS업체에 수리를 요청했다. 그 결과 김치냉장고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직영 센터에서 못 고친다고 포기했던 김치냉장고를 어떻게 사설업체에서 고칠 수 있느냐”는 정 씨의 항의에 본사 측은 “잠깐 작동할 수는 있지만 6개월도 못 가 다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6개월 후인 지금껏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이 되자 화가 난 정 씨는 “브랜드 이름만 믿고 수리를 맡겼다가 멀쩡한 제품을 폐기할 뻔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6개월 전 AS접수 당시 냉매가스 유출 문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가스가 어디에서 새는 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수리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본사 지원을 받아 새 제품 구입을 권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설업체가 실제로 완벽하게 가스 누출을 막았는지는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며칠 후 정 씨는 업체로 부터 제품을 교환받았다며 본지로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 김치냉장고 수리 요청에 '쥐꼬리' 환불만 권유?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거주하는 정 모(여.38세)씨에 따르면 그는 2006년 결혼 후 5년째 사용 중이던 삼성 다맛 빌트인 김치냉장고(모델명: SKRBM0950SKP)의 냉기가 없어 지난 4월말경 AS를 신청했다.
며칠 후인 4월 25일 방문한 수리기사는 냉장고를 고칠 수 없다며 감가상각 후 대략 10만원이 환불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냉장고 철거 후 남게 되는 휑한 자리가 찜찜했던 정 씨가 계속 환불 대신 수리를 요구하자 처리를 약속했다.
정 씨는 "처음부터 고칠 수 없는 형편없는 김치냉장고를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강하게 수리를 요청하니 고칠 수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제품 불량인 것으로 밝혀져 수리 예정에 있다. 고장으로 인해 음식물이 손상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 가격을 확인 후 배상할 방침"임을 밝혔다.
◆ TV화면 이상에 "아파트 철근 때문" 기막힌 진단
경상남도 거창에 사는 김 모(여.38세)씨는 지난 2007년에 구입한 LG전자의 브라운관 TV 고장으로 업체 측과 갈등 중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에 따르면 구입 후 얼마 지나지않아 화면 곳곳이 멍이 든 것처럼 보라색, 붉은색 등으로 변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점차 증상이 심해져 구입한지 1년이 된 시점에 수리를 요구했지만 고장이 아닌 제품 자체의 특성이라는 수리기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상 현상은 지속됐고 결국 구입 2년 후 제품을 교환받지만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김 씨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화면이 멍든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아파트 벽 내부 철근의 지자계 영향으로 인한 현상이라는 것.
당시 담당기사가 “아파트 벽체에 많이 든 철근이 자석의 힘을 갖게 되면서 벽에 가깝게 놓인 TV에 자기력이 흘러서 그렇다”고 설명했다는 것.
김 씨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사는 아는 분도 같은 모델에서 똑같은 불편을 경험했는데 원인이 아파트 철근 때문이라고 하니 믿을 수 없다”며 제조사 측의 서비스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지자계 영향도 작용했지만 제품자체의 결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한 후 “전례가 없는 경우라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감가상각 후 환불을 약속했다.
한편,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해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전자기장이 발생하려면 철근에 전기가 흘러야 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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