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 등반에 나선 등산객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달 초 태풍 '무이파(MUIFA)'가 제주도를 강타하면서 한라산 정상 부근의 등산로가 일부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측이 부분적으로 시설보수에 나서고 있으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지 2주일이 지나도록 정상부근의 통행이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한라산 성판악 코스는 한마디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길이었다. 총 9.6km로 다른 5개 등반코스보다 가장 길지만 완만한 편이어서 산행 초보자,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성판악코스는 전체 한라산 탐방객(64만7천명) 가운데 약 3분의1(24만 5천명)을 차지한다.
문제는 정상까지 오르는 막바지 등반로가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등반객들이 적지 않았다.
4~5시간 동안 산을 오르면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나무로 된 등반로가 끊긴채 뒤집어진 곳에는 강풍에 흔들리는 밧줄과 간간히 돌부리에 박혀있는 나무디딤대 뿐이었다. 가족단위로 한라산 정상을 찾은 등산객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7~9세 자녀들을 데리고 온 김 모(남)씨는 "등산로가 많이 끊겨서 큰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한 청소년은 정상을 향한 길목에서 밧줄에 매달리며 "무섭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등산로가 파손된 곳은 성판악 코스 뿐만이 아니었다. 백록담을 보기 위해 한라산 정상을 밟았던 등산객들에 의하면 성판악에 이어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는 길목도 난간대가 휘어졌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7일 제9호 태풍 '무이파'로 인해 일부 등반로가 파손된 상태라 신속하게 한쪽으로 옮기는 등 응급복구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성판악 코스 정상 부분의 30m 가량이 현재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현재 헬기 지원을 요청, 이번 주 중 파손물을 하산시키고, 이르면 올해 말에 시설 복구가 진행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이파는 지난 7일 홍도에서 순간 초속 46m의 강풍이 불었고 제주도 한라산 정상부인 윗세오름(해발 1673m)에는 하루 동안 무려 600mm가 넘는 비를 내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