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증권사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이 '수익성 개선'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법인의 초대 CEO를 맡은 김원규 사장은 기관영업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 농협조직과의 시너지 창출 등을 경영목표로 제시하는 한편, 고객서비스 개선을 통한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잡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증권업의 볼륨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따진 결과 NH투자증권은 자산 42조6천21억 원, 자본 4조3천950억 원, 영업수익 4조1천544억 원, 임직원 3천371명을 기록했다. 모든 부문에 걸쳐 국내 최대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덩치에 비해 수익성은 신통치 않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천86억 원으로 4위, 당기순이익은 646억 원으로 5위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우리투자증권이 295억 원, NH농협증권이 14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증시 침체와 거래감소, 채권 관련 손실 등으로 실적이 침체된 상황에서 합병을 앞두고 양사가 단행한 약 600여 명의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비용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형에 비해 영업이익 규모가 작은데다 사업구조면도 한쪽으로 치중돼 있어 체질적으로 업황변동에 취약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투자증권의 지난해 2분기 순영업수익 비중을 보면 위탁매매가 30.2%, 트래이딩(채권관련)이 43.3%로 73.5%를 차지해 시장 상황에 영향이 컸다. NH농협증권은 두 분야의 수익 비중이 50%를 넘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지난해 12월31일자로 양사가 통합해 단일 증권사로 출범했다.
농협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은 새해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NH투자증권의 체질개선을 그룹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증권에 사원으로 입사해 CEO자리에 오른 김원규 사장으로서는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압도적 홀세일(기관영업) 경쟁력 구축과 신성장 동력 창출, 범(汎) 농협 시너지 창출 등을 경영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김 사장은 수익성 악화 원인이 ‘고객의 신뢰 저하’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WM(자산관리)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팔을 걷어 붙였다. 김 사장은 WM사업부 대표 시절 ‘증권형 프라이빗 뱅킹(PB)’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WM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업그레이드된 WM 2.0은 기관투자가에게 편중돼 있는 리서치를 개인고객들에게도 서비스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이다.
이를 위해 개인고객들의 자산배분전략담당 임원(CIO)를 도입하고 자산배분 전략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배분 연구개발(R&D) 조직을 운영, 하나의 팀이 집단 지성을 통해 한 명에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취임 간담회에서도 김 사장은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구조를 개편해 규모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대표 증권사로서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의 신뢰회복'을 처방한 김 사장의 선택이 NH투자증권의 수익성 개선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김원규 사장은 1985년 우리투자증권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해 1996년 만35세로 우리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을 지냈다. 또 2005년 중부지역 본부장, 2007년 연금·신탁영업 상무, 2009년 WM사업부 대표 전무, 2013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손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