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공공기관을 이끄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홍기택 KDB산업은행장이 금융당국의 중점과제인 기술금융과 핀테크(Fin-Tech) 추진에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권선주 행장의 경우 최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칭찬을 받을 정도로 기술금융과 핀테크 부문에 적극적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홍기택 행장은 상대적으로 늦은 걸음걸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산업은행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중순부터 강조해 온 기술금융에서 성과가 더딘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1천753억 원으로 같은 은행 공공기관인 기업은행(2조2천165억 원)에 비해 12분의 1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이 2018년까지 기술정보 통합 DB를 구축하고 자체 기술평가 모형을 개발하는 등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기술금융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달리 산업은행은 점포(영업점) 수가 작아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과는 정책금융 역할이 다르고, 산은은 점포가 82개 밖에 없어 기술금융 고객층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1954년부터 기술평가를 하고 있으며 기술평가부와 기술금융부 등 전담부서를 두고 지적재산권(IP) 담보대출 등 특화된 영역에서 기술금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기술금융을 선도하는 은행으로서 TCB(기술신용평가기관) 설립과정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기술금융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제공해 왔다.
이어 산은 측은 “상품을 다양화 하고 중소기업이나 신규고객 발굴을 통해 고객을 넓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 수 확충 및 상품개발 등 기술금융 확대를 위한 세부 전략 달성 방안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나온 게 없는 상태인데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2월 중 세부내용을 발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82개 영업점의 점포당 기술금융 실적은 21억4천만 원으로 기업은행(37억 원)의 58%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산업은행 영업점 중 대출업무를 진행하는 54곳만 따지면 점포담 실적이 32억 원으로 늘어나 기업은행과의 격차가 좁혀진다.
홍기택 행장은 뒤늦게 2015년 중점 추진과제로 기술금융을 설정하고 실적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목표치 자체가 보수적이다. 3년간 5천억 원 규모의 기술평가(TCB) 기반의 기술금융 프로그램과 3천200억 원 테크노뱅킹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연간 규모로 따지만 약 2천7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억 원이 늘어나는 데 그친다.
심지어 지난해 실적이 8월부터 12월까지 단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임을 감안하면 향후 3년 간 목표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내건 올 한해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목표 3만2천100건, 20조 원이 달성되면 산업은행과 타행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기술금융 실적은 8조9천247억 원으로 금융위의 올해 목표치는 그 2배가 넘는다.
당국이 올해 중점 과제로 삼은 핀테크(금융+IT 융합) 부문에서도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 중 핀테크시대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것과 달리 산업은행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난달에야 20여명으로 구성된 ‘E금융 사업단’을 꾸려 관련 상품을 기획하는 수준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같은 정책금융기관이지만 소비자금융으로 특화돼 있기 때문에 핀테크 활성화 속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에서 보면 그리 늦은 움직임이 아니고 올해 핀테크 기업에 1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금융(회장 윤종규)이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에 15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하나금융(회장 김정태)는 ‘하나N 뱅크’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활성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행장 이광구)도 지난해 말부터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우리FIS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부 정책에 누구보다 앞장 서야 할 산업은행이 시중은행에도 뒤지고 있는 셈이다.
홍기택 행장이 핀테크와 기술금융 추진속도를 높여 뒤늦게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