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 형태로 바꾸기 위한 조치로 그룹 차원의 대규모 공채시스템을 각 계열사별 채용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그러나 그룹 측은 정면 부인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에 방해가 되는 '기수문화'를 없애기 위해 이같은 채용시스템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매년 신입사원들을 뽑을 때 그룹 차원에서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SDS·호텔신라·제일기획그룹 등 전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공채시스템 결과로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는 기수문화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연공서열 문화로 이어진다는 내외부 지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계열사 별로 신입사원을 뽑을 경우 기수가 사라지면서 보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이 가능해진다.
삼성그룹이 매년 6월 실시해 오던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올해들어 처음으로 전격 폐지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하계수련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대규모 행사가 잇따라 취소된 지난해를 제외하면 1987년부터 매년 6월 2박3일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열렸었다. 올해부터는 각 계열사별 행사로 대체한다.
삼성그룹은 올들어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맞춰가기 위해 한국식 기수 문화와 연공 서열을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5일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가졌다.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IBM 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그룹 경영진에 이 같은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공채제도 폐지는 낭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수직적 조직문화를 보다 수평적인 형태로 바꿔 유연성과 창의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맞지만 세부적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채용시스템 교체도 지금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경력직원과 계열사 순환보직 등으로 기수문화라는 것이 현재는 많이 사라진 상태고, 공채시스템의 장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계수련회 폐지로 이런저런 설이 나오는데 하계수련회는 1만명이 넘는 신입사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수련회를 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소모적인 부분이 많아 계열사 행사로 대체한 것"이라며 "그룹 공채의 계열사 채용 전환설도 이런 부분에서 확대해석된 것 같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