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부품 아닌 냉각기, 수리에는 핵심 기술이 필요?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냉장고 고장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이 자꾸 상해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냉각기 문제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김 씨. 냉각기는 핵심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유상으로 수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상수리비용이 15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라 기준을 물어보니 ‘냉각기를 교체하는 것은 핵심 주요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 엔지니어 기술료가 높게 책정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냉각기를 교체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 들어가는 중요한 작업이라면서도 핵심 부품은 아니라는 설명에 황당했다”며 “핵심 부품에 대한 기준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 "하드디스크는 컴퓨터의 핵심부품 아니라고?"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황 모(남)씨는 지난해 1월 구입한 컴퓨터의 전원이 최근 갑작스럽게 켜지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서비스센터에서는 하드디스크 이상으로 인해 전원이 켜지지 않는 것이라며 품질보증기간이 지나 유상수리로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중요한 부품은 품질보증기간이 더 길지 않느냐고 묻자 하드디스크는 핵심부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하드디스크가 핵심부품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핵심부품이냐”며 “하드디스크를 다른 소모품과 똑같이 1년만 품질 보증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황당해 했다.
가전·전자제품의 ‘핵심부품’ 기준을 놓고 업체와 소비자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을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주요 부품 모두를 ‘핵심부품’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 업체 측은 가장 중요한 부품 1~2가지만 핵심부품으로 규정해 분쟁이 생기고 있다.
소비자들은 핵심부품의 기준이 최소한만을 반영하는 것에 대해 제조사 측이 수리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핵심부품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품질보증기간이 일반 부품에 비해 2~3배 가량 길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소모품으로 분류되는 일반 부품과 달리 중요한 핵심부품의 품질을 오랫동안 보증한다는 취지에서 정한 것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냉장고 등은 컴프레서를 핵심부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에어컨의 일반 부품은 품질보증기간이 2년인 반면 컴프레서는 4년으로 2배 길다. 냉장고 역시 일반 부품의 품질보증기간은 1년이지만 핵심부품인 컴프레서는 2년 동안 무상수리가 가능하다.

TV는 CPT(TV용 브라운관), 모니터는 CDT(컴퓨터용 브라운관) 등이 핵심부품으로 분류된다. 퍼스널컴퓨터의 핵심부품은 메인보드라고 불리는 ‘마더보드’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TV의 브라운관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원 등, 컴퓨터에서는 하드디스크, CPU 등도 중요한 핵심 부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업체 측은 최소한의 핵심부품만을 인정하는 셈이다.
스마트폰 등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나와 있지 않는 품목은 아예 ‘핵심부품’이 없다. 스마트폰의 경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핵심부품이 따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부품의 품질보증기간은 1년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자들이 보통 이용하는 기간인 약정기간은 2년 이상인데 품질보증기간이 1년으로 짧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액정과 메인보드 등을 핵심부품으로 등록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변경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업체 측과 소비자 간 양 측 입장을 모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핵심부품을 최소한으로 지정하고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