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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계약 해지 통보, 수신 모호한 '등기우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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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계약 해지 통보, 수신 모호한 '등기우편'뿐?
ARS 의무화 등 개선 시급...정보 변경 알려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6.06.1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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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기우편 한 통 보내고 보험 실효처리 전남 곡성군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04년부터 가입한 보험 상품이 있었다. 하지만 2013년 6월에 마지막으로 자동이체됐고 이후 2개월 간 미납돼 그 해 9월부터 실효상태가 됐다. 이후 2년 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작년 9월 최종 해지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번의 안내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김 씨는 주장. 보험사 측은 등기우편 안내장을 김 씨의 아버지가 수신한 것을  확인했다며 납입 보험료의 72%만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원치 않는 보험계약 실효로 550만 원의 손실을 봤다. 보험사에서는 등기우편 한번 덜렁 보낸 것으로 고지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난감해했다.

# 상조계약 약관 변경 후 등기우편 보내면 끝? 광주에 사는 전 모(남)씨는 수 년 전 지인소개로 상조 상품을 가입했다. 하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아 해지하려했는데 상조사에서 납입금을 내지 말고 일단 유지만 하고 있으라고 안내했다고. 나중에 상조서비스가 필요할 때 비용을 한 번에 내도 된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전 씨, 하지만 얼마 전 계약번호를 몰라 콜센터에 연락했다가 계약이 해지됐음을 알게됐다. 현재는 3개월 이상 미납하면 무조건 해지가 되는 것으로 약관이 바뀌었다는 것. 상조회사에서는 등기우편으로 계약 유지여부 안내장을 보냈다는데 전 씨는 전혀 받은 기억이 없다.

보험·상조 등 각종 금융거래 계약 관련 통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금융회사들이 자신들의 편의대로 소비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단 '통보'만 해놓고 고지의무를 다했다며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소비자에게만 지우고 있다고 금융회사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표준약관에 명시된 방법대로 고지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변경 시 소비자들이 통보를 해주지 않아 계약 관련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최고 통보, 등기우편 선호하지만 수신 여부 '아리송'

보험을 기준으로 보면 각 보험사들은 등기우편이나 이메일 또는 ARS 전화까지 총 3개 수단 중 하나를 이용해 계약자에게 최고 통보를 하고 있다.

생명보험 표준약관 제 26조에 따르면 보험료를 2회 이상 미납 시 보험사는 14일 이상(계약 1년 미만 시 7일)을 최고통보 기간으로 정해 등기우편이나 전화(ARS) 또는 전자문서(이메일)로 보험료 납부 독촉을 할 수 있다. 상조 서비스는 표준약관 제 14조에 3회 이상 미납 시 서면으로 상조 납입금 독촉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민법상 계약자에게 실효 통보를 해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통보를 받았다'라는 것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통보 인정 여부를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지만 판례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등기우편으로 최고통보가 된다면 등기우편 수신자가 가족이더라도 미성년 자녀이거나 이웃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아파트 경비원은 대리 수신자로 가능해 통보를 받은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명의자의 이메일로 최고 통보를 한 경우 수신자가 메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당연히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인정됐다.

마지막으로 ARS 전화로 직접 접촉한다면 계약 실효통보를 명확히 전하고 계약자가 내용을 통보 받았다는 음성이 녹음돼 있다면 최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확실한 통보 방법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이 3가지 방법 중 가장 구닥다리인 등기우편을 선호하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 가장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거주지를 바꾸는  일이 잦고 우편을 받아줄 가족들이 없는 소핵가족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일일히 바뀐 주소지를 금융회사에 통보하지 않는 점까지  감안하면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불편한 제도인 셈이다.  

ARS안내 의무화 등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특별 부활' 등 활용 방법도...정보 변경 알려야

안내 미흡으로 계약이 해지됐더라도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보험계약 회복이 가능하다. 효력이 해지된 '실효'상태더라도 이후 2년 간 미납 보험료를 모두 납부하면 보험계약이 '부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보험료를 자동이체로 납부하고 있어 미납 사실을 까맣게 잊는 경우가 많다. 통보를 받지 못하더라도 수시로 보험계약 유지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실효 상태 이후 2년 이상 미납돼 최종 해지가 되더라도 미납 통보를 받지 못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효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되면 '특별 부활'로 계약을 살려기도 한다.

미납 통보를 하고 보험료를 내지 못했지만 해지 통보가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면 실효 이후에도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효력을 살려주는 제도다.

하지만 계약자가 이사, 전화번호 변경 등 개인 신상의 변화를 금융회사에 알리지 않는 경우 통보가 가지 않더라도 금융회사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소비자 역시 정보 변경 시 신속히 알려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보험계약이 실효되면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고 새롭게 다른 보험에 가입하려고 해도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보장범위가 축소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고객 정보 변경 시 신속히 해당 금융회사에 알려서 통보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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