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가챠' 도박과 다름없어"....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법 앞두고 유저 목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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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가챠' 도박과 다름없어"....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법 앞두고 유저 목소리 높아져
업계 "자율 규제 통해 자정노력 펼쳐"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03.0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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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남 거제시에 사는 최 모(남)씨는 이펀컴퍼니의 모바일 게임 '삼국지M'을 2년여간 이용하며 300만 원 가량을 과금한 소과금 유저로, 게임사가 설정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유저는 수백만 원을 과금해도 최상급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데 어떤 유저는 10만 원만으로 획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확률을 문의한 최 씨에게 게임사 측은 "확률성 콘텐츠는 1회당 설정된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횟수를 진행해도 획득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답을 내놨다. 최 씨는 "랜덤이라는 말만 하고 설정된 확률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과도한 현질을 유도하고 있다. 최상급 아이템이 나오지 않도록 일부 유저들에게 락(Lock)을 걸어놓거나 확률을 조작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며 분개했다.
 

▲'삼국지M' 유저인 최 씨가 이펀컴퍼니 고객센터로부터 받은 답변
▲'삼국지M' 유저인 최 씨가 이펀컴퍼니 고객센터로부터 받은 답변

#사례2 경기도 군포에 사는 임 모(여)씨는 엑스디 글로벌의 모바일 게임 '후궁의 법칙'을 3개월 가량 이용하던 중 납득하기 어려운 아이템 뽑기 시스템에 회의감이 들어 지난해 중순 게임을 접었다. 70만 원 가량을 뽑기에 썼으나 원하는 아이템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 임씨가 확률 공개를 문의하자 게임사 측은 이미 공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업체의 말과 달리 게임뿐 아니라 홈페이지나 공식 커뮤니티 그 어디에서도 확률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임 씨는 "지극히 낮은 뽑기 확률을 설정해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개된 확률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후궁의 법칙은 지난해 10월 누적 횟수 3회에 달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로 공표된 바 있다.
 

▲후궁의 법칙은 지난해 10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발표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명단에 포함됐다
▲후궁의 법칙은 지난해 10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발표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명단에 포함됐다.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의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소비자와 게임업체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챠(Gacha, 뽑기)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게임사들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소비자들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는 반면 게임사들은 소비자 보호장치가 과도하게 갈 경우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두 달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유료 아이템 관련 불만은 총 43건으로, 이중 70%에 달하는 30여 건이 뽑기 확률에 대한 지적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여 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게임사가 지나치게 낮은 확률을 설정해 수십, 수백만 원 단위의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과 함께 뽑기 확률이 공개돼 있지 않아 얼마나 과금을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는 불만이 주를 이룬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업계 이슈가 되면서 엔픽셀 '그랑사가', 넥슨 '메이플스토리' 등 일부 게임에선 확률 조작이 의심된다는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임업체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가챠'는 일본 캡슐형 완구 뽑기 기계에서 유래한 것으로 뽑기 또는 랜덤박스로 순화된다. 게임에서는 다양한 아이템을 묶어 설정된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획득 가능하게끔 구현된다. 강화나 합성 등 부가 요소에도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가챠 시스템이 적용된다. 

가챠에서 발전된 개념으로는 '컴플리트 가챠(Complete Gacha)'가 있다. 뽑기 시스템과 빙고(Bingo)를 합친 구조로 여러 번의 뽑기를 통해 빙고 칸을 모두 채워야만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절반 가량 빙고칸을 채우게 되면 대개는 중도 포기가 힘들다. 과금해서 모은 것들이 아까워 완성을 위해 계속 과금을 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컴플리트 가챠는 수십 수백 번의 가챠를 거치므로 확률은 극히 낮지만 뽑기만 하면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식의 사행성 요소가 다분하다.
 

▲넥슨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운영하는 컴플리트 가챠
▲넥슨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운영하는 컴플리트 가챠

이 가운데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게임 내 모든 요소에 대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도록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비자들은 가챠 요소가 있는 컨텐츠들의 확률이 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데다가 정확한 확률을 모르는 상황에서 가챠 과금을 하는 것은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며 개정안을 반기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법이 발의되기 이전부터 수 년간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가챠 확률을 성실히 공개해왔다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자율규제 평균 준수율은 약 84%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공개되는 확률이 컴플리트 가챠가 아닌 단순 캡슐형 유료 가챠에 한정돼 있어 유저들이 원하는 바와 다소 동떨어진 수준의 규제를 이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료 뽑기의 경우 자율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유료에 무료를 더한 형태의 가챠 확률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됐다.

게임사 관계자는 "자율규제에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규제를 준수하는 게임보다 준수하지 않는 게임이 더 많고 규제 범위도 유저들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게임사 수익모델은 가챠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방향의 사업모델을 연구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지 않겠느냐"며 회의감을 표했다. 

게임업계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의 소비자 보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규제가 자칫 과도하게 갈 경우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개정안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와 영업비밀을 제한하는 데다가 천차만별인 확률형 아이템 운영 방식에 일괄적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어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지난 15일 문체부 여야 의원실에 제출하기도 했다.

넥슨은 지난 5일 캡슐형 아이템은 물론 유료 강화·합성류 정보를 전면 공개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게임 내 각종 확률 요소가 정상 작동하는지 유저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컴플리트 가챠 등이 적용되는 확률형 아이템들은 수많은 연구와 사업 경험을 통해 개발된 만큼 운영방식이 각각 달라 영업비밀로 보는 게 맞다"면서 "개정안에서 다루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확정 지급 구조를 강요하고 있다. 획일적인 시스템은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을 쉽게 질리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가챠를 영업비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 게임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만큼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어 이제는 업계가 과도한 가챠 매몰에서 벗어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자율규제 시행이 얼마 안 된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완하고 추후 필요하다면 입법 규제를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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