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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부실 사모펀드 100% 보상안 두고 금융권 "자기책임원칙 위배"우려... 소비자단체는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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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부실 사모펀드 100% 보상안 두고 금융권 "자기책임원칙 위배"우려... 소비자단체는 환영
금투업계 "자본시장 근간 흔들릴 수있어" 우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6.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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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이 자사가 판매한 사모펀드 중에서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투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린데 대해 금융권 내에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권에서는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이라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며 우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은 펀드 보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담스럽지만 좀 더 검증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금융회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 부담 가중된 은행과 증권사... 미묘한 시각차

지난 16일 한국투자증권은 자사가 판매한 사모펀드 중 부실 사모펀드 판매 이슈가 불거진 10개 상품에 대해 투자자 100% 보상 결정을 내렸다. 이들 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1584억 원으로 이미 보상이 진행된 액수를 제외하면 남은 보상액은 805억 원으로 추산된다.
 

▲ 한국투자증권이 전액배상 결정을 내린 판매 사모펀드 현황
▲ 한국투자증권이 전액배상 결정을 내린 판매 사모펀드 현황

동종업계인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의외의 결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계약취소' 결정이 내린 사례가 극히 이례적이었고 불완전 판매로 판단된 사안에 대해서는 최소한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이 적용돼 배상액이 원금의 최대 80%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투자증권이 보상 제외 기준으로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른 손실 ▲투자대상과 전략을 명확히 고지한 상품 등으로 제시했고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후속 대책을 밝혔지만 상품 검증의 책임을 오롯이 판매사가 지게돼 오히려 '제2의 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보상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판매사가 100% 책임지겠다면 운용사들이 마음대로 상품 소싱을 할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운용사들은 판매사를 우산으로 삼고 최대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해줘야 할 1차적 상품 검증을 판매사가 책임지게 되면서 판매사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모펀드 보상 및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모펀드 보상 및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보상대상 10개 펀드 중에서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를 제외하면 아직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일률적으로 100% 보상 결정을 내린 것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과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과도한 소비자보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옵티머스와 라임 펀드를 제외한 8개 펀드 중에서 팝펀딩의 경우 운용상 불법적 요소가 개입되어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펀드 환매중단 사유는 다양한데 100% 보상하고 법인 고객까지 포함했다고 해서 놀랐다"면서 "일률적으로 100% 보상을 하는 것이 맞는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은행들 역시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이 투자자 배상 책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 조사와 판단이 끝나지 않은 펀드까지 전액 배상을 결정한 것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은행에서 판매된 미상환 사모펀드 상당수가 현재 분쟁조정이 진행 중이거나 분쟁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이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다만 검증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와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정보에 밝은 증권사들이 펀드에 대한 모니터 역할을 해준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검증된 펀드를 판매하는데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들이야 부담이겠지만 은행 입장에선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은행들이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믿을 만한 펀드를 가져다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역할을 증권사들이 해준다면 나쁠 것은 없다"고 밝혔다. 

◆ 소비자단체 "금소법보다 진보한 결정... 고객 신뢰도 상승할 것"

한편 소비자단체들은 한국투자증권의 전향적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앞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상품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라고 보상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피해구제에 있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금융투자업권에서 내린 첫 결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선제적인 소비자보호 결정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제고까지 감안하면 최고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지금 당장은 손해지만 이로 인해 고객 신뢰를 회복한다면 금전적 지출을 뛰어넘는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이라고 본다"면서 "내부규정을 만들어 잘못 판매한 사모펀드에 대해 100% 환급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인해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고객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그동안 피해 보상을 요구할 때마다 금융회사들이 배임 논란 또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정 뒤로 숨어 소비자 피해구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사모펀드 판매사들이 업무상 배임 이슈나 분조위 뒤에 숨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은 내부 보상 기준을 바꿔서 100% 보상 결정을 내린 것으로 금소법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라며 "향후 사모펀드 분쟁에서 금융회사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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