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열린 2026년조 제7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앞서 8일 열린 2026년도 제7차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안건이 상정돼 의결됐다. 당초 삼성증권은 물론 메리츠증권도 증선위에서 발행어음 인가 건도 심의를 받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증선위 심의를 거치고 나면 일주일 뒤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의결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증권이 증선위 심의를 통과했음에도 금융위 정례회의 상정이 불발된 점이 이례적인 이유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월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9개월째 최종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향후 금융당국 일정을 감인하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아무리 빨라도 4월29일에야 발행어음 인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키움증권(대표 엄주성), 하나증권(대표 강성묵), 신한투자증권(대표 이선훈) 등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지연되는 데는 2023년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점이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해당 문제로 2024년 12월 메리츠증권 본점 등을 압수수색한 후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자본시장법방 금융투자업 인가 과정에서 형사소송이나 당국의 조사·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관련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본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척결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해당 이슈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의혹에 그쳤을 뿐이더라도 1차적인 결론이 나기까지는 신사업 인가를 내리기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금감원의 조사 결과 일부 고액자산가 대상 점포에서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최근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해 경징계 수준의 제재를 내리기로 했으나 증선위와 금융위를 거쳐 징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제심위에서 경징계로 결정된 사안을 금융위에서 중징계로 수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의사결정의 순서상 먼저 징계 수위를 확정한 뒤 신사업 인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두 증권사가 이미 외부평가위 심사에 금감원 현장실사까지 마무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가 신청 이전에 제기된 문제는 심사 과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이미 증선위 의결도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메리츠증권에 비해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선위에서 통과된 신사업 인가를 금융위에서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른 안건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가) 다음 금융위 정례회의로 미뤄진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수익원이자 기업금융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징계나 조사를 이유로 인허가 절차가 장기 표류할 경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