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농심, 오뚜기, 삼립 등 국내 주요 식품사들이 올 하반기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지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가격 내린 지 얼마나 됐다고 올리냐", "마트에 안 갈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온다" 등 가격 인상을 비난하는 반응이 쏟아진다.
이재명 대통령도 식품 물가에 대한 문제 의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 2월에는 "한국 빵값이 외국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고도 물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식품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하지만 식품업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10대 식품사의 평균 원가율은 76% 수준이다. 제품을 100원에 팔면 제조원가로 76원을 쓰고 24원밖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인건비와 광고선전비 등 판매관리비까지 제외해야 해 실제 수익은 그보다 훨씬 적다.
식품사들은 원재료 비중이 높은 데다 밀·대두·옥수수·원당 등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원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K-뷰티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화장품 업체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같은 기간 에이피알의 원가율은 21.7%, 달바글로벌은 23.2%, 브이티 42% 수준이다. 식품업체들의 원가율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이는 단순히 '마진이 좋다, 나쁘다'로 끝나지 않는다. 원가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연구개발과 마케팅, 해외시장 개척에 쓸 수 있는 실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 등 화장품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해외 마케팅과 현지화 투자에 적극 쏟아부으며 K-뷰티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식품업체들은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거운데도 원가율이 워낙 높은 사업 구조 탓에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고환율까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포장재, 물류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까지 눈덩이로 불고 있다.
제조 비용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그도 쉽지 않다.
먹거리 가격은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마다 '서민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 여론에 부딪힌다. 정부 역시 물가 안정을 이유로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식품에는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싸다고 지적한 라면과 빵을 만드는 농심과 삼립의 올 상반기 매출 원가율은 80% 수준으로 다른 식품업체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다.
환율이 오르고 유가가 뛰면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부하고 전자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칩플레이션 때문이라고 관대하게 넘어간다.
장바구니 물가와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식품만 짓누른다. 정부 물가 안정의 '희생양'인 셈이다.
K뷰티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으로 글로벌을 달리지만 더 진작부터 끓어오른 K푸드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새겨봐야 한 시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