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확정 후에도 향후 은행권의 소송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관련 법리와 판례 검토가 계속되면서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23일 오후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권 제재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중 홍콩H지수 ELS 관련 제재는 사실상 무산됐다. 10월 국정감사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도 11월 이후에야 제재안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 상품이다. 만기까지 사전에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률을 지급받지만 기초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2021년 홍콩H지수가 고점을 기록할 당시 판매된 홍콩H지수 ELS가 지수 하락으로 손실이 현실화되자 금융감독원은 2024년 1월 주요 판매사 현장검사에 착수한 후 불완전판매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KB국민은행(행장 이환주), 신한은행(행장 정상혁), 농협은행(행장 강태영), 하나은행(행장 이호성), SC제일은행(행장 이광희) 등 5개 은행에 약 2조 원 규모의 제재를 사전 통보했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당초보다 감소해 왔다. 금감원은 지난 2월 3차 제재심에서 과징금을 약 1조4000억 원으로 낮춘 후 6월에는 재심의 후 약 6000억 원으로 재차 감경했다. 과징금 규모가 6000억 원으로 확정될지, 추가 감경이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 ELS 관련 제재가 미뤄지는 것은 제재 확정 이후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둘러싼 소송에서의 패소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해도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최근 5년여간 금융위의 과징금 등 행정처분 관련 소송건수는 242건, 소송금액은 약 193억 원이었다.
이 중 금융위가 패소한 사건은 79건, 패소 소송금액은 약 69억 원이었다. 특히 올해는 13건 중 6건을 패소했으며 패소 소송금액(12억5000만 원)이 승소 소송금액(5억3110만 원)의 2배 이상이었다.
특히 홍콩H지수 ELS의 경우 은행권이 불완전판매 관련 법적 공방에서 승소하고 있다는 점이 최종 제재 수위를 정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개인투자자와의 법적 공방에서 1심에 이어 지난 달 열린 2심에서도 승소했다. 앞서 1월에는 KB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된 10억 원대의 홍콩H지수 ELS 관련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됐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투자자의 금융 경력,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해 ELS의 상품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투자했다고 판단하며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제재는 별개이지만 기초 사실관계와 법 적용이 상당 부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당국이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하는 데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 판결 이외에 은행권 자율배상과 제재 간 균형도 최종 제재 수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미 은행권은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에 대해 약 1조3000억 원을 자율배상한 바 있다. 과징금과 기관제재를 어느 수준으로 맞출지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가 확정된 후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해 은행의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다툼이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과징금이 경감되거나 제재가 기각될 수도 있다"며 "과징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보니 금융당국에서는 제재를 확정 짓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에 맞춰 조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검토를 진행해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