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돌 굿즈 판매 사업자의 청약철회 방해 행위를 제재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구성품 누락이나 파손에 따른 교환·환불 과정에서 개봉 영상을 요구하는 관행이 일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영상이 없으면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거나 교환·환불 자체가 거절된다는 소비자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16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위버스샵 △SM타운&스토어 △팬즈샵(옛 JYP SHOP) △YG셀렉트 △베리즈(Berriz) 등 하이브·SM·JYP·YG·카카오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 교환·환불 규정을 조사한 결과 일부 동영상 제출 증빙 관행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홈페이지 FAQ(자주 묻는 질문) 카테고리에서 교환·환불 시 '사진 또는 영상 제출'이나 '별도 문의'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24년 8월 위버스컴퍼니·SM브랜드마케팅·YG플러스·JYP쓰리식스티 등 아이돌 굿즈 판매 사업자 4곳의 청약철회 방해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경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 사업자는 구성품 누락 등을 이유로 교환·환불을 신청할 경우 상품 개봉 영상을 필수로 제출하도록 했다.
당시 4개 사업자는 문제가 된 안내 문구를 자진 시정했다. 제재 이후 약 2년이 지난 현재 업체들은 영상이 없어도 교환환불이 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 SNS상에서는 굿즈 구성품 누락이나 파손을 신고할 때 개봉 영상 등 동영상을 사실상 필수 증빙 사항으로 요구받았다는 소비자 경험담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위버스샵은 판매 지역별로 반품·교환 정책에 차이가 있다. 위버스 글로벌 정책에는 불량이나 구성품 누락에 대한 증빙 자료로 동영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위버스 재팬과 위버스 아메리카 정책에는 불량·결함 상품에 대해 사진 또는 영상을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위버스샵 고객센터는 개봉 영상을 제출하지 않아도 교환·환불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해당 안내는 국내 법인의 관리를 받는 위버스 글로벌 기준으로, 위버스 재팬이나 위버스 아메리카를 통해 구매한 굿즈 등 상품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특히 재팬과 아메리카 정책에는 증빙 자료가 '사진 또는 영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필수로 요구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증빙 수단으로 영상이 요구됐다. 공정위 제재 이후 국내 정책에서는 영상 제출 의무가 사라졌지만 해외 정책에는 여전히 영상이 증빙 수단으로 명시돼 있어 재팬과 아메리카 굿즈를 역직구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불량이나 누락이 발생했을 때 어떤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교환·환불이 가능한지 혼선을 겪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버스컴퍼니 관계자는 "위버스샵 재팬과 US는 위버스컴퍼니 현지 법인이 각각 운영하고 있어 해당 지역법에 근거해 별도로 운영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사진 또는 영상을 요청하는 프로세스는 소비자 요구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국내 업자인지 해외 업자인지 크게 차이가 없지만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할 때는 원칙적으로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이기 때문에 사례마다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SM타운&스토어는 공정위 제재 이후 '개봉 영상' 제출을 선택 사항으로 전환했지만 FAQ에는 여전히 구성품 누락 시 개봉 영상을 보내 달라는 안내 문구가 남아 있다. 다만 같은 페이지 하단에는 개봉 영상이 없는 경우에 대한 별도 안내도 함께 제공해 영상 제출만을 교환·환불의 절대 요건으로 두고 있지는 않았다. SM타운&스토어 고객센터 역시 개봉 영상 촬영은 '권장 사항일 뿐'이며 영상이 없더라도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SM브랜드마케팅 관계자는 "공정위 의결을 엄수해 당시 문제가 됐던 방침은 전면 폐지했으며 현재 개봉 영상 제출은 선택 사항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즈샵과 베리즈는 FAQ를 통해 구성품 누락이나 상품 하자 등을 접수할 때 '사진 또는 영상'을 증빙 자료로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YG셀렉트는 FAQ에 개봉 영상이나 사진 제출 기준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객센터 또는 1대1 문의를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데 그쳐 별도 문의 과정이 필요했다. YG셀렉트 고객센터는 개봉 영상이 없는 경우에도 접수가 가능하며 이때는 상품 구성품 전체가 한 프레임 안에 보이도록 촬영한 사진을 첨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제재 당시 개봉 영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환·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법률에서 정하지 않은 청약철회 제한 사유를 사업자가 임의로 설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제재 이후 주요 아이돌 굿즈 판매처 상당수가 영상만을 필수 요건으로 두지는 않고 사진 등 대체 증빙 수단을 함께 제시하고 있지만 SNS 등에는 개봉 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반품이나 교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아이돌 팬들의 경험담이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품의 누락이나 파손 여부를 입증하는 책임을 사실상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성품 누락이나 파손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할 경우 단순변심으로 처리돼 소비자는 왕복 배송비 6000원을 독박 쓰게 된다. 위버스샵·SM타운&스토어·팬즈샵(옛 JYP SHOP)·YG셀렉트 등에서는 단순변심 반품 시 전체 금액에서 왕복 배송비 6000원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단 무료 배송 요건을 채우지 않아 3000원을 별도로 지불했을 때는 3000원만 차감된다.
법적으로 개봉 영상 제출이 교환·환불의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실제 분쟁 처리 과정에서는 여전히 소비자의 귀책 여부를 가르는 핵심 증빙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개봉 영상 촬영 관행은 아이돌 굿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정 구성품이 포함된 상품을 중심으로 개봉 당시 상태를 소비자가 직접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판매 관행이 여러 상품군에서 이어지고 있다.
예스24 등 한정판 도서와 함께 별도 굿즈나 특전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성품 누락과 관련해 '언박싱 촬영 필수' 등의 문구를 구매 시 참고사항에 명시한 사례가 발견됐다.
온라인 서점 업계 관계자는 "일부 거래처 정책상 언박싱 영상이 구성품 누락 등 불량 사실을 증빙하는 자료로 요구되고 있어 구매 시 참고사항으로 안내되고 있지만 개봉 영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환·반품이 거절되지는 않는다"라고 전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상품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상품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지만 소비자는 영상이 없으면 구성품 누락 등 피해 사실을 인정받거나 교환·환불을 받기 어려운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봉 영상을 구성품 누락 등에 대한 증빙 자료로 요구하는 경우는 외형적으로는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조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일괄적으로 법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라며 "아이돌 굿즈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아 시정 이후에도 모니터링하고 자진시정을 요청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