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송 후 7일 지났다고 패널 파손 ‘나몰라라’=전북 완주군에 사는 강 모(여)씨는 온라인에서 중소업체 A사 TV를 20만 원 상당에 구매한 후 개인 사정으로 일주일이 지나 제품을 개봉했다. 그 과정에서 박스 속 TV 패널이 이미 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 씨는 업체에 교환을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물품 수령 후 7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강 씨는 "박스에 충격을 가한 적이 없다"면서 "업체의 일방적인 거부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생돈만 날린 셈이 됐다"고 망연자실했다.

◆ TV 스르륵 추락해 산산조각…업체 "증거 없어, 소비자 과실"=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전 모(여)씨는 지난 2월 중소 가전 브랜드 B사의 TV를 구매해 직접 조립 후 사용해 왔다. 전 씨에 따르면 구매 직후부터 TV의 각도 조절용 고정부가 앞으로 쏠리고 제품 고정이 잘 안 됐다. 그냥 조심히 쓰자고 생각하고 불만 없이 이용해왔지만 지난 7월 TV 본체가 어떠한 물리적 충격이나 외력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탠드 고정부와 분리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충격으로 TV 내부 액정은 완전히 파손됐다. 전 씨는 "제조사는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며 무상 AS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기업 중심이던 TV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소 TV업체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품질 문제와 미흡한 사후관리로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판매에 집중하는 반면 사후관리는 사실상 방치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5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TV 제품 초기 하자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파손에 대한 책임까지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 TV 브랜드 상당수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제품 개봉 시 소비자와 업체가 동시에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이같은 민원이 집중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제품을 박스에서 개봉했을 때 패널이 이미 파손돼 있더라도 "배송 직후 개봉하지 않았다"거나 "소비자가 개봉하다 파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제품 자체 결함으로 인한 낙하·파손 사고에서도 소비자와 업체 간 책임 공방이 발생한다. 스탠드 고정부 결함 등 구조적 하자로 인한 추락 사고에도 일부 업체들은 "외력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소비자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소비자가 가정 내에 24시간 CCTV를 두고 있지 않는 이상 무상 AS 등 보상을 받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부실한 AS망 역시 중소 가전업계의 고질적 폐해로 꼽힌다. 별도의 서비스센터를 갖추지 않고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AS접수를 받다가 고객의 교환·환불 요구가 거세지면 연락을 피하거나 끊어버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제조사든 유통사든 소비자 피해에 대한 정당한 구제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 교수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감과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이로운 일이 된다. 소비자 구제를 회피하고 거절하는 식으로만 일관해서는 기업 자체에 마이너스”라고 경고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