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싱과 작곡을 맡은 디터 볼렌과 보컬 토마스 앤더스는 불화로 1987년 해체했지만 11년만인 1998년 재결합해 또다시 전세계 음악차트를 석권했다.
김건모도 1992년 1집부터 1995년 3집까지 김창환과 손잡고 '핑계', '잘못된 만남' 등의 히트곡을 낳으며 1990년대 '밀리언셀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잘못된 만남'이 담긴 3집은 280만장이 팔렸다.
짧고 굵은 호흡 뒤 두 사람은 결별했다. 이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불화설도 흘러나왔다.
지난해 겨울, 김건모는 '기러기 아빠'가 된 김창환이 구준엽과 가끔 술잔을 기울인다는 실내 포장마차로 직접 찾아갔다. 어제 본 친구처럼 어색하지 않고 편했다. 10ㆍ11집의 성적이 아쉬웠던 김건모의 재회 요청에 김창환은 손을 잡아줬다. 7월 중순 발표할 12집의 출발이었다.
26일 서울 내방동의 녹음실에서 만난 김건모와 김창환은 1집 '잠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때인 16년 전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지금 제 얼굴 밝지 않아요? 대장이 있으니까 만사 'OK'예요. 혼자 제작했을 때는 음반유통사 선정, 뮤직비디오 제작, 곡 수집 등 너무 힘들었죠. 결국 이런저런 총알이 다 떨어졌고요. 창환이 형이 술을 마신다길래 의도적으로 술집을 찾아갔죠."(김건모, 이하 모)
김창환은 프로듀서로 유명해지기 전 다운타운 DJ로 활약했다. 흑인 여가수 로버타 플랙을 좋아했던 그는 유일하게 피아노를 치며 흑인 음악을 소화하는 박미경을 좋아했다. 이후 김창환은 음반제작사 라인음향을 차렸고 1990년 신승훈을 데뷔시켜 성공을 거뒀다. 1991년 어느 날 박미경이 "스티비 원더 노래를 잘 하는 애가 있다"며 서울예대 후배인 김건모를 소개했다.
"강남역 스튜디오80의 2층에 있는 팝 드래곤에서 피아노치며 노래하던 시절이었어요. 강남역 카페 난다랑에서 창환이 형을 처음 만났죠. 같이 하기로 한 후 바로 음반을 낸게 아니라 10개월 동안 매일 하루 10시간씩 사무실에서 연습만 시키더군요."(모)
"건모는 제가 찾던 목소리였어요. 오디션에서 피아노를 치며 제임스 잉그램의 '저스트 원스(Just Once)'를 부르는데 '남자 박미경'인 거예요. 신승훈, 박미경, 클론에 이어 지금은 이정, 채연을 키우고 있지만 제 생애 그토록 가수를 열심히 가르친 적은 없어요."(김창환, 이하 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건모가 "형은 나를 대한민국 가요계에 있게 해준 사람"이라고 화답하자 김창환은 당시 김건모의 귀여운 반항을 털어놓았다.
"건모가 대중적으로 확 터진 곡이 '핑계'였어요. 제가 '내년에는 레게 열풍이 일거야'라며 쓴 곡인데 작사, 작곡에 10분도 안 걸렸죠. 건모가 부르면 예술일 것 같았는데 노래를 딱 듣더니 '형 나 이 노래 안 부를래'라는 거예요. 속으로 '건방지게 부르라는데 왜 안불러. 힘들여 썼더니'라고 생각했죠. 알고보니 가수가 되기 전 '코맹맹이' 소리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데 레게는 비음이 많이 나와야 했거든요."(환)
"더 웃긴 건 제가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출연 때였는데 작가들에게 '핑계'를 모니터링 했어요. 그랬더니 '진짜 좋다'며 난리가 난 거예요. 방송 끝나고 형을 찾아가 녹음해달라고 했죠. 그 노래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모)
'잘못된 만남' 역시 김건모가 처음 듣고 거부 반응을 보였던 곡. 김건모는 "들어보니 1960년대 코미디언 서영춘 씨가 유행시킨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컵)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같은 노래길래 안 부르고 싶었다"며 '킬킬' 댔다.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김건모는 영화를 찍기 위해 두달 간 미국에 체류해 방송 활동도 안 했다. 귀국하니 가수가 없는 상태에서 가요차트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다시 손 잡은 두 사람은 지금 한창 새단장 중이다. 김건모는 '그때의 필'을 찾기 위해 2ㆍ3집을 반복해서 듣고, 두달간 녹음실을 매일같이 찾아 연습했다. 김창환은 13년 전 자신이 투여한 약기운이 떨어진 김건모를 처음으로 다시 돌려놓는 '포맷' 작업을 하고있다.
"가장 먼저 바지 통이 넓은 칠부 바지부터 버리라고 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건모 집에 가서 몇 박스는 내버렸을 거예요."(환)
사실 김창환은 김건모와의 결별을 생각못할 당시, 60세 김건모의 음악까지 설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건모는 김창환의 스파르타식 관리에 억압당한다고 느낀데다,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둥지를 떠났다.
김창환은 "음악까지 나이를 먹는 건 싫다"며 "김건모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김건모를 통해 젊음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 엄마도 딸도 듣는 50대 마돈나의 트렌디한 음악처럼 세대간의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12집의 방향을 소개했다.
12집은 솔 음악을 베이스로 한다. 김건모는 흑인음악의 범주 안에서 R&B, 레게, 보사노바, 블루스 등 여러 장르를 소화했다. 제임스 브라운, 다이애나 로스, 스티비 원더 등 복고 흑인음악의 정서를 현대화해 김건 모만의 특성이 살아있는 곡들이다.
김창환은 코러스, 악기 세션이 채워지지 않은 미완성본이라면서도 몇곡을 들려줬다. 레게풍의 팝 '너를 위해', 빅밴드 사운드의 솔인 '키스(Kiss)', 쿵짝쿵짝 흥겨운 리듬의 '모두 다 잘될거야'(가제) 등 음역대를 자유롭게 소화하는 김건모의 쫀득한 음색에서 '그때 그 시절'의 잔향이 느껴진다.
재결합에 대한 가요계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일 터.
"김건모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잘못된 만남'에서 끝났어요. 부담스럽죠. 하지만 일등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던 시절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아요. 지금은 누구를 이기겠다는 생각을 안해요. 김건모스러운 음악을 다시 찾는게 중요하니까요."(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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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화이팅!!!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