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위기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대형 매물 하이닉스 인수전에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진 이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주가마저 추락하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 하락세는 하이닉스 인수전에 같이 연루된 하이닉스, SK텔레콤보다도 가파라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TX는 지난 12일 주가가 전날보다 1.87% 떨어진 1만5천7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9일에는 장 중 한 때 1만4천원으로 최근 3년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STX의 시가총액은 9천411억원을 쪼그라들었다. 미국발 쇼크전까지만 해도 STX는 2만원대 주가를 유지했으나 이마저도 1만5천원대로 주저앉은 것.
이같은 하락세는 하이닉스 인수에 관련된 3사중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STX는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던 지난 7월6일 이후 주가가 28.6%나 주저앉았다. 이기간 동안 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각각 25.5%, 16% 빠졌다.
연초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올해 초(1월3일)에 비해 STX의 주가는 무려 42.9%나 급감했다. 2만7천500원이던 주가가 1만5천700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됐다.
하이닉스 인수비용으로 3조원의 절반인 1조5천억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한 STX로서는 최근 주가흐름세가 큰 악재다.
강 회장은 조선 등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시키기 위해 하이닉스에 눈독을 들이고 중동의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끌어오고 우량 계열사의 지분 매각으로 보충하려 했다.
그러나 STX의 주가 하락과 썩 시원치 않은 우량 자회사 STX팬오션의 2분기 실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TX팬오션은 올 2분기 5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1% 증가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일회성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TX팬오션은 올 2분기 배를 6척이나 팔았고, 마침 고철가격이 비싸져 이익을 남겼다.
STX팬오션은 지난 12일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회사 신용등급(A0)보다 1%p높은 발행금리(5.5%)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됐다. 메릴린치, 유진, 키움 등 증권가에서는 STX팬오션에 대해 하반기 실적전망을 어둡게 보면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강덕수 회장의 주식담보 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49.8%에 달한다. 재계 서열 순위가 더 높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34.5%,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6%, 최태원 SK그룹 회장 17.9%에 비해 주식 담보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STX 주식을 4년 보유하는 동안 3번이나 유상증자를 당했다" "유상증자를 할 때마다 장기 투자라고 하는데 언제까지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하이닉스 인수해 10대 그룹 총수가 되는게 꿈이겠지만 그게 될 법 하냐"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STX 측은 "현재와 같은 주가하락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내고 현재 예비실사가 이뤄지고 있는만큼 조건이 맞는다면 (인수를) 추진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