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각(?) 출근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그룹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느즈막이 출근했다. 앞선 스케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택에서 곧장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11일 정례 출근을 시작한 이후 늦어도 오전 8시30분을 넘기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 주변을 둘러싼 여러 불확실성에도 불구 이회장의 자신감 표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하루 다르게 급변하며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하루 전날인 광복절, 운영체제(OS) 공급업체인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에 돌발변수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최근에는 일본 엘피다가 25나노 D램 양산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인텔이 기존 반도체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3-D 구조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세계 최대 모바일용 CPU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전자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휴대폰과 반도체 등 양대 주력사업에 모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게다가 하반기 LCD 시황 또한 불투명하다. 애플과의 소송전, 반도체 공장 백혈병 구설수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독일 법원의 삼성전자 갤럽시탭 10.1 유럽 수출 금지 가처분 신청 수용, 반도체 가격 폭락 등 메가톤급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기도 했다.
삼성이 말 뿐이 아닌 진짜 위기의식을 느낄 법한 대목이다.
그간 이 회장은 그룹 내외에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빠른 7시30분에 출근키도 했다. 화·목 출근 정기구도를 깨고 월요일과 금요일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다다른 시점에서 이 회장은 출근 시간을 꼭두새벽으로 앞당기는 대신 느긋한 모습을 연출했다. 출근 시간을 앞당겨 특유의 위기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룹 내 긴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던 행보와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를 갑작스레 인지한 것이 아니라 대비해 왔던 만큼 극복에 대한 이 회장의 자신감의 표출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토로라 인수건만 해도 삼성전자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16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은 대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예정된 기술·설비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공격적 투자로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위기에 따른 고민이 깊어져 출근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회장님이 계시는 곳이 곧 집무실"이라며 "출근 시간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는 화·목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한남동 자택과 승지원에서 삼성을 챙긴다. 지난 광복절 역시 자택에 머물며 경영 현황을 살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