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외국계 금융회사 CEO 등을 만나 현 금융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공감하고 외화 차입선 다변화와 재정 건전성 제고, 기업 자금지원, 증권시장 기관투자자 비중 확대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계는 대체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외환시장은 안정되어 있고 국가채무 관리,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 등 대응능력이 커진만큼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외적인 불안요인 보다는 오히려 가계부채와 감춰진 저축은행 부실 표출 등 국내의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 금융시장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에 이미 801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현실화에 실패하면서 6개월 넘게 4%대의 높은 물가수준과 가계빚 증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민층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향후 경기침체시 실업률 증가로 소득이 감소하고 대출금에 대한 연체율 증가 및 집값하락으로 담보가치를 상실할 경우 결국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6월 29일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활성화,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중유동성 관리와 가계대출 총량규제, 필수지출(주거, 교육 등)을 낮춰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재 경영진단에 착수한 85개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등에 따른 리스크 위험을 안고 있어 9월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금융계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부 대형저축은행을 포함해 상당수 저축은행들의 PF부실 규모가 워낙 커 정리해야할 저축은행이 10개가 될지, 20개가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자금으로 9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하반기 저축은행 정리 비용은 이를 뛰어넘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경영진단을 받은 한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PF규모가 너무 커 손을 못 댈 정도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저축은행 리스크가 '금융위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미칠 타격이 크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또 다시 축소하거나 늦출 경우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등 부실저축은행들의 각종 비리에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하반기 구조조정 역시 정치적 외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5개월 넘게 진행됐지만 정․관계 비리 실체는 오리무중이고 국회의 저축은행 국정조사 역시 지난 45일간 '정쟁'만 일삼다 결국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금융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 원인과 정․관계 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한편, 저축은행 구조조정 역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부실규모가 큰 PF대출과 관련, 부실 또는 부실우려가 있는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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