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한솥밥을 먹은 LG와 GS 家의 첫 경쟁에서 LG전자가 한발 앞섰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주말 대우엔텍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달 초 진행된 대우엔텍 본입찰에서 LG전자는 6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500억원대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차순위협상자가 됐다. 입찰에는 LG전자를 비롯해 GS건설, SK, 사모투자펀드 이큐파트너스 등 4곳이 참여했다.
이번 인수전이 재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57년간 한솥밥을 먹었고, 2005년 계열 분리 후 지금까지도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는 등 우호관계를 지켜온 LG와 GS 일가의 첫 맞대결이 이뤄졌기 때문.
두 그룹의 평화를 깬 것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사업이 겹쳤기 때문. 최근 삼성과 CJ가 대한통운을 두고 그러했듯 LG와 GS 또한 정보다 실리를 택하는 모양새다.
동업자였던 LG와 GS가 군침을 흘리는 대상은 수(水)처리 운영 및 관리 전문 업체인 대우엔텍. 수자원 개발 및 하수, 폐수 처리를 중점으로 하고 있으며 환경시설관리공사, TSK워터에 이어 업계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년 각각 317억원 매출과 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LG의 구 씨와 GS 허 씨 집안은 2005년 계열분리로 LG는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사업 중심으로, GS는 유통, 정유, 건설로 재편됐다. 계열 분리 후에도 신사협정에 따라 서로의 주력 사업 영역에서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우엔텍을 차지하기 위한 두 그룹의 의지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그룹의 간판인 LG전자와 GS건설을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구본준 부회장과 허명수 사장 등 오너일가가 수장으로 있어 이번 대결은 단순 경쟁이 아닌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나 다름없다.
실제로 양측은 그간 수처리 시장 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LG전자는 LG하우시스로부터 수처리 사업을 이관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히타치와 수처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수처리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대우엔텍을 인수해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GS건설도 이미 2008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전문업과 토양정화업, 지하수정화업 등을 추가하는 등 수처리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 밝혀왔다. 이를 위해 3천억원대 세계 10위권 수처리 업체인 이니마(Inima)의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LG와 GS의 우호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앞으로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일 뿐 인수가 완료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GS와의 대결 구도에 대해서도 "대우엔텍 인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GS와의 경쟁은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수처리시장 규모는 올해 33억달러로 매년 15% 이상 성장해 2015년에는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유엔이 2025년에는 지구촌 전체 인구의 절반이 담수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할 정도로 잠재력을 각광받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