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이 투자자의 자산을 가지고 임의로 매매를 하는 '불법 임의매매'가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각 증권사 모두 내부통제를 강화로 근절에 나선 지 수 년이 지났지만 매년 금융당국에 적발되는 불법 임의매매 건수는 그대로다. 매매금액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임의매매 적발 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 개별 직원을 처벌하는 수준으로 끝나 구조적 개선이 불가능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투자 중개업자는 투자자로부터 일임받은 투자금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취득·처분·운용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투자자로부터 지정 범위내에서 금융투자상품의 수량·가격 및 시기에 대한 투자판단을 일임받은 경우라면 하루에 한정해서 일임매매가 가능하다. 증권사 직원은 임의대로 매매할 수 없다.
하지만 성과 연동으로 보수가 책정되는 금융투자업계 특성상 고수익을 내기 위한 직원들의 위법 행위를 100%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증권사 내부통제 강화와 더불어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 불법 일임매매 근절? 개별 직원 경징계로 근본적 개선 안돼
투자자가 증권회사에 유가증권의 종목선정, 가격, 매매 등을 전부 맡기는 '주식일임매매'는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허용됐다. 불법 일임매매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고객과의 일임계약시 허용'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양성화 시킨 것이다. 일임매매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법일임매매 활성화 원인이라는 지적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불법 일임매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불법 일임매매로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KB증권(대표 윤경은·전병조),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황웨이청), 동부증권(대표 고원종), 하이투자증권(대표 주익수)까지 총 4개 사인데 지난해 불법일임매매 제재건수(5건)에 육박한 수준이다.

지난 2015년에도 3개 증권사가 제재를 받은 것을 비롯해 매 년 4~5개 증권사의 불법 일임매매 행위가 적발되고 있다. 매매금액도 최소 수 억 원에서 최대 200억 원이 넘었는데 투자자가 불법 일임매매 사실을 2년 이상 모르고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적발된 KB증권 안양지점의 경우 지난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 총 1천273회, 매매금액 약 42억 원 규모의 불법 일임매매가 이뤄져 해당 증권사에 '직원 자율처리' 조치를 내렸다. KB증권은 내부징계 조치를 이미 완료했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의 불법 일임매매에 대한 처벌은 매매금액이 이례적으로 큰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경징계인 '직원 자율처리'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와 방향이 증권회사 내부통제시스템보다는 불법 일임매매를 저지른 직원 개인에 대한 처벌로 귀결되는 것. 이렇다보니 과거 불법 일임매매를 했던 직원이 동일한 문제를 일으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례적으로 불법 일임매매 금액이 큰 경우는 기관제재까지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감독당국 역시 직접적인 처벌보다는 개별 증권사에서 해당 직원을 자율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 금융당국 "상시감시체계 구축 중", 증권사 "내부통제 강화하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임직원들의 불법 일임매매 방지를 위해 사전교육 및 사후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스템만으로는 불법일임매매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불법일임매매 적발시 감사실에 의뢰한 뒤 윤리위원회 상정 후 징계조치를 내린다. 고객의 경우도 위법행위 적발 시 일정금액 이상 배상금액이 나오면 회사와 관련 부서 차원에서 구상권을 행사한다.
불법 일임매매 만큼 자주 적발이 되는 임직원 매매의 경우도 최소 '감봉' 조치부터 처벌이 시작되는데 투자원금에 따라 최대 '정직' 이상의 처벌도 시행한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몰래 일임매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희망 고객에 한해 매수·매도 주문에 대한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해 주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도 지점 자체점검과 준법감시부서의 점검이 이뤄지고 사후에는 감사실 차원에서의 특별 점검까지 체계적인 점검시스템을 적용중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주문기록미유지 등의 불건전 영업행위 발생 시 감사 등을 통해 해당 직원을 징계조치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사전 감독 강화 및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것 외에는 중권사 입장에서도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다"라며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내부 통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일임매매는 증권사 직원과 투자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 사전 적발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회사의 불건전·불완전 판매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까지 파일럿 테스트 프로그램 구성을 완료하고 하반기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매회전율이 다른 거래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던지 이상 징후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데이터를 받아 상시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증권사별 내부통제나 이상징후 혐의건 추출 기준이 달라 금감원 기준에 맞추도록 각 증권사 내부통제기준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