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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알고리즘 ⑭] 스토커가 따로 없네....한번 검색하면 '개미 지옥' 되는 AI '추천'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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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알고리즘 ⑭] 스토커가 따로 없네....한번 검색하면 '개미 지옥' 되는 AI '추천'의 덫
업계 "효울적 마케팅" vs. 전문가 "소비자 거부권 필요"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6.04.07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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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검색 한 번 했다가 낚시 용품 지옥에 빠졌습니다.”

수원에 사는 우 모(남)씨는 온라인 쇼핑몰의 과도한 추천 시스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쇼핑몰 상단에 온통 원치 않는 낚시 용품으로 도배된 탓에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면 한참을 내려야 하는 ‘스크롤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우 씨는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추천 AI 알고리즘이 오히려 쇼핑의 방해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AI 기반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면서 특정 제품을 한 번만 검색해도 유사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노출돼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AI가 고객의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체류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구매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유사 상품을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한 번 관심을 보인 상품군에 갇혀 다양한 선택권을 제한받는 이른바 '필터버블' 현상은 유통 업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앱에서는 AI의 추천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구동되고 있다.
 
검색창에 '블라우스', '화이트 블라우스'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앱의 메인 화면인 '추천' 탭이 즉각 반응했다. 화면 상단의 '나를 위한 추천 상품' 영역은 방금 검색했던 스타일의 블라우스와 셔츠 류로 채워졌다.

▲무신사 앱 검색창에 '블라우스'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 이력.
▲무신사 앱 검색창에 '블라우스'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 이력.
 
▲검색 후 무신사 홈 화면의 모습. '나의 관심 기반 상품 추천'(왼쪽)과 '나를 위한 추천 상품'(오른쪽)과 영역 전체가 화이트 블라우스 및 유사 의류로 도배돼있다.
▲검색 후 무신사 홈 화면의 모습. '나의 관심 기반 상품 추천'(왼쪽)과 '나를 위한 추천 상품'(오른쪽)과 영역 전체가 화이트 블라우스 및 유사 의류로 도배돼있다.

스크롤을 내리면 노출 강도는 더 높아졌다. '나의 관심 기반 상품 추천' 카테고리에서는 최근에 본 '여성 셔츠/블라우스'의 연관 상품들이 제시됐다. 흰색 블라우스, 리본 타이 블라우스 등 직전에 검색한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의류들이 화면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소비자 취향이 강하게 적용되는 패션 플랫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와 '쿠팡'에서도 생필품을 중심으로 유사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11번가의 검색창(왼쪽)에 각티슈 관련 키워드가 가득하자 추천 검색어로 온갖 종류의 티슈가 제시된다. 이어지는 추천 상품 화면(오른쪽) 역시 '최근 본 상품'을 기반으로 온통 각티슈 상품만 나열되고 있다.
▲11번가의 검색창(왼쪽)에 각티슈 관련 키워드가 가득하자 추천 검색어로 온갖 종류의 티슈가 제시된다. 이어지는 추천 상품 화면(오른쪽) 역시 '최근 본 상품'을 기반으로 온통 각티슈 상품만 나열되고 있다.

11번가 앱에서 '각티슈', '크리넥스 물에 잘 녹는'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자 추천 검색어 영역은 '템포티슈', '숨 각티슈', '코편한티슈' 등 티슈 관련 파생 검색어로 채워졌다.

검색 후 하단에 노출되는 상품 목록 역시 '최근 본 상품과 비슷한 상품이에요'라는 안내와 함께 각티슈와 미용티슈 상품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쿠팡 앱에서 화장지류를 검색하자 추천 검색어(왼쪽)가 온통 휴지와 물티슈로 뒤덮였다. '고객님을 위한 추천상품' 영역(오른쪽) 또한 실시간으로 분석된 데이터에 의해 미니 미용티슈 등 유사 상품들로 도배된 모습이다.
▲쿠팡 앱에서 화장지류를 검색하자 추천 검색어(왼쪽)가 온통 휴지와 물티슈로 뒤덮였다. '고객님을 위한 추천상품' 영역(오른쪽) 또한 실시간으로 분석된 데이터에 의해 미니 미용티슈 등 유사 상품들로 도배된 모습이다.

쿠팡 역시 검색창에 '각티슈', '물티슈'를 입력하자 '쿠팡 추천 검색어' 탭에는 미니각티슈, 베베숲물티슈, 도톰한물티슈 등 동종 상품군이 자리를 잡았다. 메인 화면의 '고객님을 위한 추천상품' 코너 또한 미니 미용티슈 상품들이 줄지어 노출됐다.

AI 알고리즘을 통한 소비자 행동 추적은 앱을 종료한 뒤에도 이어진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W컨셉에서 '노트북 파우치'를 검색하고 앱을 종료하자 몇 시간 후 스마트폰 상단에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팝업 알림이 도착했다.

해당 알림은 "이전에 보셨던 휴대폰/기기 케이스 인기 급상승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앱에서 탐색했던 특정 브랜드와 상품 카테고리를 명시하며 재방문을 유도했다.
 

▲앱을 종료한 후 도착한 리타겟팅 푸시 알림. 소비자의 이름과 마지막으로 본 상품 카테고리를 정확히 언급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앱을 종료한 후 도착한 리타겟팅 푸시 알림. 소비자의 이름과 마지막으로 본 상품 카테고리를 정확히 언급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무신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이트 블라우스 등을 검색하고 조회한 지 며칠이 지난 뒤 무신사 앱은 '셔츠/블라우스'라는 카테고리를 넣은 푸시 알림을 보냈다.

"(광고) 당일발송! 배송 걱정 없는 무배당발 상품만 가져왔어요"라며 소비자가 최근 관심을 보였던 특정 카테고리를 상기시켜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서 활용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과 '리타겟팅' 기술에 기반한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소비자가 조회한 상품과 유사한 속성을 가진 제품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소비자가 앱을 종료한 후에도 해당 상품 광고를 푸시 알림이나 타 웹사이트 배너로 지속 노출시키는 '리타겟팅' 기술이 결합돼 작동하는 구조다.

통상 추천 방식은 '콘텐츠 기반 필터링'과 '협업 필터링'으로 나뉜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사용자가 과거에 조회한 상품과 유사한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며 협업 필터링은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인 다른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두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도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 개인화 추천 반복에 소비자의 제품 선택 폭 좁아져...업계 "소비자 탐색 시간 줄이는 효율적 마케팅"

유통 플랫폼 업체들은 AI 추천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탐색 시간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수천만 개의 상품 중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아주는 것이 플랫폼의 경쟁력"이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취향에 가장 근접한 상품을 노출하는 것은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초개인화 추천 시스템은 고객의 탐색 비용을 최소화해 구매 전환율과 체류 시간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이라며 "수많은 상품 속에서 보다 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상품의 판매 기회가 확대되고 고객도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탐색 피로도를 줄여 구매 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 쇼핑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로 업계에서는 단순한 상품 제안을 넘어 소비자의 잠재적 취향을 발굴해 플랫폼 락인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화 추천이 반복될수록 소비자는 접하게 되는 상품 범위가 점점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1년 한국취업진로학회에 발표된 '이커머스 추천 시스템의 정보 편향 현상' 연구에 따르면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클릭 행동을 기반으로 유사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할 경우 사용자의 관심사가 인위적으로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소비 선택이 특정 방향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해당 연구는 실제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 클릭 행동을 기반으로 유사 콘텐츠를 반복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시야를 좁히는 '취향 강화 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학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마케팅학회에서 발행하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Journal of Marketing'에 실린 '초개인화 알고리즘이 소비자 자율성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연구에서도 추천 시스템과 사용자 행동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정보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특정 상품군이나 취향에 갇히는 '정보 편향' 또는 '필터버블'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예측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소비자가 이를 거부하고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과거 아마존의 '예측 배송'과 같은 기술이 현재는 개인화 알고리즘이라는 형태로 더욱 정교하게 디지털화된 것"이라며 "수동적으로 추천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 구조에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개념에는 단순히 주는 것 중 고르는 것을 넘어, 원치 않는 추천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까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러한 거부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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