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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교육이 보험 불완전판매 온상?...'브리핑영업' 보험사 관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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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교육이 보험 불완전판매 온상?...'브리핑영업' 보험사 관리 사각지대
GA업계 내부통제 강화 등 자정 노력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4.02.1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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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 2019년 회사로 방문한 A생명보험사 설계사를 통해 '(무)OO유니버셜종신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설계사는 "저금리시대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2년 이후부터 자유 납입, 중도 인출 가능, 추가 납입 시 수익이 배가 된다"며 "10년 이후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씨는 최근에야 자신이 가입한 게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임을 깨달았다. 보험사에서는 가입 후 3개월 이내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해피콜에서 질문한 내용에 모두 본인이 대답했기 때문에 정상 계약으로 보고 보험료 환불은 어렵다고 거절했다. 최 씨는 "종신보험이 뭔지 모를 정도로 보험에 대해 무지했고 가입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답변만 해야 된다는 설계사 말만 듣고 해피콜에 응한 것이 실수였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의무교육을 활용한 '브리핑영업'이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적을 받으면서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등 개선에 나섰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브리핑 영업은 보험설계사가 직장을 방문해 '법정의무교육', '성희롱 예방' 등 강의를 진행하면서 보험상품을 끼워파는 영업방식이다. 통상 1, 2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에 판매되는 특성상 설명 누락이 많은 게 현실이다.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 상품을 은행 적금과 같은 원금 보장형으로 오해하도록 설명하거나 종신보험을 저축성상품으로 판매하는 일이 잦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2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브리핑영업은 금융소비자 피해 및 보험산업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GA와의 제휴부터 계약유지까지 각 단계에서 준수해야 할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보험상품 판매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GA(법인보험대리점)에서 이뤄지는 브리핑 영업은 보험사들이 손을 쓸 수 없는 구조여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중소형 GA를 중심으로 브리핑 영업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내부 통제와 함께 사후에 조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브리핑영업을 통한 불완전판매에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GA에서 체결한 계약이 브리핑영업으로 판매됐는지 여부를 판별할 방법이 없고, 또 브리핑 영업 자체가 불법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인수 자체를 거절할 수는 없다. 그렇다보니 영업현장에서 설계사 교육을 강화하고, 일부 보험사가 브리핑영업으로 보이는 계약 건을 추측해 조사하는 게 고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계약 서류에 브리핑영업으로 체결됐다고 특별히 명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동일날짜 동일시간에 한꺼번에 계약이 들어오거나 일부 브리핑영업이 잦은 GA사에 대해서는 추측이 가능해 해당 건 위주로 조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KDB생명은 최근 브리핑영업을 완전 철회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단기간내 민원이 많이 발생했거나 브리핑영업이 주를 이뤘던 GA사와 제휴를 끊는 방식으로 소비자보호에 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핑 영업을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자 GA업계도 자정 노력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금감원과 브리핑영업 내부통제기준 TF를 운영하며 최종안을 마련했다.

내부통제기준안에는 ▶설명, 광고, 제공자료 일체는 보험사, 생·손보협회, 회사 자체심의 등 사전 심의가 완료된 자료 ▶참석자에게 참석 거부권이 있음을 안내 ▶보험계약 청약은 브리핑영업 당일이 아닌 다른 날 설계사가 개별적으로 방문해 진행 등 내용을 담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형GA 대부분 브리핑영업을 하지 않으나 100인미만 소형GA의 경우 법정의무교육이나 세미나 등으로 가장해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 역시 보험 설명자료를 꼼꼼히 읽고 가입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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