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패션·숙박 등 플랫폼 업체들이 사용 조건을 뒤로 숨긴 할인 쿠폰으로 소비자들을 낚시하는 다크패턴 행위가 성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게 하는 유형이다.
50% 할인, 수수료 면제 등 쿠폰을 내려받는 단계에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혜택만 안내 돼 있다. 소비자가 마이페이지 쿠폰함으로 이동해 개별 쿠폰 상세 내용을 확인하면 그때서야 제한 조건이 안내된다. 결제 단계에서 사용 제한을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마련한 '온라인 인터페이스 운영에 관한 자율규약'에서도 소비자가 중요한 정보를 쉽게 인식하기 어렵게 제공하는 행위를 개선이 필요한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령 '30% 할인쿠폰'은 에이블리가 지정한 쇼핑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8만원 이상 구매 시 적용되는 조건도 붙어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29CM 역시 메인 화면에서 '14% 할인', '3만5000원 할인쿠폰'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인 것처럼 제시한다.
쿠폰은 지정된 브랜드와 상품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이 있었고, 최소 20만 원 이상 구매해야 하는 조건도 있었다.
최소 구매금액 등 사용 조건은 쿠폰 하단의 '유의사항'을 누르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적용 대상 상품은 해당 페이지가 아닌 마이페이지 쿠폰함의 '적용상품' 메뉴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의류 쇼핑몰 지그재그도 메인 배너를 통해 '30%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 쿠폰 역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정 브랜드와 최소 주문금액 조건이 적용된 쿠폰이라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다. 상세 사용 조건은 마이페이지 쿠폰함에서 개별 쿠폰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캐시로 결제할 수 있는 이용권은 ‘스트리밍 정기결제 정상가이용권, 스트리밍 정기결제 할인가이용권’으로 제한된다. 다른 종류의 이용권이나 개별곡 구매에는 지급된 캐시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당 쿠폰은 일부 공연에만 적용 가능하다. 예매하려는 공연이 쿠폰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소비자가 해당 공연의 상세페이지 공지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상세페이지에 ‘본 공연은 YES24 공연에서 진행하는 할인쿠폰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을 시, 다운 받은 예매 수수료 면제 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

마이페이지의 쿠폰함에서 쿠폰 사용조건을 확인해보면 ‘10만 원 이상 결제 시 사용 가능’과 같은 조건이 걸려있다. 이벤트 화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용으로 최대 12%의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250만 원 이상의 해외 숙소를 결제해야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다른 쿠폰들 역시 ‘50만 원 이상 최대 2만 원’ 할인과 같은 결제 조건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자율규약을 제정·시행하며 소비자가 중요한 정보를 쉽게 인식하기 어렵게 제공하는 행위를 개선이 필요한 유형으로 제시했다.
또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과 지난해 5월 온라인 쇼핑몰 가격 할인 표시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조사결과 쿠폰 할인과 관련하여 상품 상세페이지 내에 유효조건, 사용조건 등의 관련 안내가 없거나 별도의 메뉴로 안내하고 있어 소비자가 할인의 상세조건을 직관적으로 인지하는데 한계가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기관은 소비자가 할인쿠폰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유효기관과 사용조건 등 주요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사업자들에게 권고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쿠폰은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인 만큼 소비자가 쿠폰을 발급받는 단계에서 사용 조건을 함께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조건을 뒤늦게 확인하게 되면 소비자는 기대했던 혜택을 받지 못해 실망하게 되고 이는 기업에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건을 나중에 알게 해 소비자가 다시 확인하거나 허탕을 치게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 오인을 줄일 수 있도록 표시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진선령/윤서영 기자]
